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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by wjd5 2025. 4. 13.
버터는 역사가 대단히 오래된 식품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가축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등장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 개발한 후 주변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이는데 소, 염소, 양, 야크 등의 젖에서 얻어낸 지방질을 허공에 걸어둔 가죽 주머니에 넣어 수평으로 저어서 버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오래된 방식이었다. 기원전 3500년 수메르의 기록이나 기원전 1500년 이집트의 기록에 버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고대 문명 초기에 이미 유목 세계로부터 농경 세계로 버터가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알려졌다는 것과 그것이 널리 사용되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역사학자 대플리니우스(Gaius Plinius, 23~79)가 버터를 두고 ‘야만인의 음식’이라고 한 것을 보면 대충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다. 당시에는 우유 대신 염소와 양의 젖을 사용했다(소는 염소와 양을 가축화한 후, 몇천 년이 지나서야 가축화된다). 다만 따뜻하고 습한 지방에서는 치즈보다 보존성이 나쁘기 때문에 지중해 근처에서는 그다지 발전되지 않았고, 로마인들은 북쪽 야만인들[1]이나 먹는 저질 음식으로 비하[2]했지만 의료용으로는 쓸모가 있다고 보았다. 당시에 스칸디나비아, 독일, 영국이나 게르만 지역, 북부 프랑스 등 서북 유럽에서는 버터를 많이 사용한 반면 프랑스 중남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튀르키예, 포르투갈 등 지중해 지역에서는 올리브유가 최상의 음식 재료였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올리브유는 문명의 상징이었다.[3] 북쪽은 버터, 남쪽은 올리브유라는 이분(二分) 구조는 문명 초기부터 형성되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버터와 올리브유가 서로의 지역에 많이 보급되어 들어갔지만, 심지어 오늘날에도 이 구분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4] 기후 영향도 크게 작용하는데 따뜻하면 버터를 잡았을 때 체온에 녹아버리고 더우면 손대지 않아도 녹는 사용성과 더불어 추운 나머지 작물이 쉽게 자라지 않아 식물성 오일을 구하기 힘든 점 등이 작용한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과도 연결되는 음식인데, 가톨릭에서 사순절 등의 기간에 동물성 음식을 제한하는 기준에 버터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남유럽계의 나라들은 올리브유라는 대체재가 풍부해서 며칠 버티면 그만이었지만 북유럽은 기후로 인해 식물성 기름을 생산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동물성 지방인 버터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높으신 분들이야 교회법을 어긴 죄를 지었으니 교회에 그 죄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기부금을 바치고 먹을 수 있었지만[5]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서민들은 이 기간동안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유럽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나누는 지역적인 구분에 버터 문화권이냐 아니냐로 구분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유목 문화권인 몽골, 튀르키예, 베두인 유목민들에게 버터는 요구르트와 치즈만큼 중요한 저장 식품이다. 잘 만든 버터는 상온에서도 꽤 오래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버터는 우유크림에서 수분을 분리해냈지만 그래도 수분이 10% 이상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실온에 오래 노출되면 곰팡이가 번식한다. 전통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몽골, 튀르크권에서는 버터를 뭉칠 때 소금을 섞었으며 인도에서는 아예 버터를 끓여서 수분을 완전히 날려버린 기를 만들어 장기보관했다. 특히 기는 실온에서도 1년은 족히 보관할 수 있다.